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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아이즈]대통령 못지않게 인기 끄는 백악관의 견공들

기사입력 2008-11-18 09:55


【서울=뉴시스】

미국의 대통령이 거주하는 백악관은 권력의 중심부이자 이를 둘러싼 암투가 난무하는 총성 없는 전쟁터다. 최고의 권력을 대가로 외로움을 선택한 미 대통령들은 그래서 어떤 국가의 다른 지도자들보다 그들 곁에 많은 동물들을 두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주인에 대한 충정으로 유명한 개. 필요에 따라 얼굴을 바꾸고 변절과 변심을 거듭하는 살벌한 정치판의 최고 승자인 이들이 동물들 중에서도 주인에 대한 각별한 충성심으로 유명한 개들을 사랑하는 것은 역설적이면서도 필연적이다.

미국의 33대 대통령으로 역시 대표적인 개 애호가로 꼽혔던 해리 트루먼은 이를 빗대 “백악관에서 친구를 원한다면 개를 키워라”라는 자조 섞인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이 같은 ‘충고’를 받아들여서인지 얼마 전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된 버락 오바마가 최우선 순위로 내세운 ‘국정과제(?)’ 중 하나도 백악관의 개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 가장 오래된 ‘대통령의 충복’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두 딸인 말리아(10)와 사샤(7)에게 강아지를 약속한 그의 발언은 ‘과연 오바마와 함께 백악관에 입성할 행운의 견공은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증폭시키며 최대 화제로 떠올랐다.

백악관과 개의 이 같은 특별한 인연은 미국 역사의 첫 장과 함께 시작됐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1789~1797)은 사냥개만 10마리를 키울 정도로 개를 좋아했다. 이어 2대 대통령인 존 애덤스는 백악관에 입주하며 ‘주노(Juno)’와 ‘사탄(Satan)’이라는 두 마리의 애견을 데리고 들어왔다.

소위 ‘퍼스트 도그’라고 불리는 이들에 대한 대통령의 애정도 각별하다. 18대 대통령이었던 율리시스 그랜트(1869~1877)는 ‘페이스풀(Faithful)’이라는 이름의 뉴펀들랜드 종 강아지를 아들에게 준 뒤 “만약 이 개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모든 백악관 직원들을 해고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7마리의 개를 기른 린든 B. 존슨 대통령(36대·1963~1969)은 백악관을 떠날 때나 돌아올 때 항상 자신이 기르는 개와 악수를 했다. 29대 대통령인 워렌 하딩(1921~1923) 역시 레디보이와 오보이라는 이름의 애러데일종 불독을 키웠는데, 이 중 레디보이는 전용 시종이 따로 있었을 뿐 아니라 대통령이 주재하는 각료 회의가 있을 때면 나무로 조각된 자신의 수공 전용 의자에 앉곤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중에서도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견공 ‘팔라’에 대한 사랑은 유별났다. 루즈벨트는 평소 팔라를 너무나 아낀 나머지 “나를 욕해도 좋고 아내인 엘리노어를 욕해도 좋지만 애견인 팔라만은 욕하지 말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다. 이 때문에 후에 부인 엘리노어는 “남편이 4번이나 대통령을 지낸 것은 국민들이 애견 팔라에 대한 남편의 지극한 사랑에 감동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워싱턴에 위치한 루즈벨트 기념관의 루즈벨트 동상 옆에는 팔라의 동상이 나란히 자리해 이들의 각별한 사랑을 기려주고 있다.

개를 사랑하는 미국민들의 ‘퍼스트 도그’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상당하다. 역대 퍼스트도그를 조명한 로이 로완과 브루크 제니스의 저서 ‘퍼스트 도그: 미국 대통령과 그들의 가장 친한 친구들(First Dogs: American Presidents and Their Best Friends)’에 따르면, 전체 국민 3명 중 1명이 개를 키우고 있을 정도로 개에 대한 애정도가 높은 미국인들은 대통령의 개에 대한 혈통, 종, 이름, 습관 등 사사로운 것까지 모두 궁금해 할 정도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빌 클린턴 대통령(42대·1993~2001)은 재임 시절 사냥개 ‘버디’와 고양이 ‘삭스’를 길렀는데, 이들에게 쏟아진 ‘팬레터’가 너무 많은 나머지 당시 퍼스트레이디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이 편지들을 묶어 ‘디어 삭스, 디어 버디’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 역시 재임 시절 ‘밀리’라는 이름의 스프링거 스파니엘 종과 새끼 렝거를 키웠는데, 후에 영부인이였던 바바라 부시가 쓴 밀리에 대한 책은 대통령 자신의 자서전보다 훨씬 더 많은 판매부수를 기록했다.

이들 견공들은 주인의 ‘이미지 메이커’ 역할도 톡톡히 수행한다. 귀여운 모습에 천진난만한 이들을 포착한 사진은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를 더욱 친근하고 인간적으로 만드는 데 일조해왔다.

한 예로 31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허버트 후버 대통령(1929~1933)의 승리에는 그의 애견인 킹툿(King Tut)이 무시할 수 없을 공을 세웠다. 당시 킹툿을 동반한 후버의 사진은 많은 ‘도그 러버’ 유권자들을 사로잡았다.

주인의 정치적 생명을 구해준 사례도 있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1952년 대선에서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리처드 닉슨(37대·1969~1974)은 당시 불법 정치 자금 의혹으로 곤경에 빠졌다가 자신의 강아지 ‘체커’를 등장시킨 명연설로 위기를 탈출했다.

그는 이 연설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자신이 받은 불법 뇌물이라곤 텍사스의 지지자로부터 선물 받은 예쁜 강아지 한 마리뿐인데 자신의 딸들이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이라 하더라도 이를 돌려주지 못하겠다고 호소했다. 후에 ‘체커 스피치’라는 용어를 낳은 이 연설은 국민들의 감성 코드를 적절히 자극한 명연설로 기록됐고, 체커라는 이 귀여운 주인공 없이는 닉슨의 정치적 생명도 거기서 끝났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남겼다.

◇ 친근한 이미지로 온 국민에 인기

그러나 모든 퍼스트도그가 이 같은 활약만을 한 것은 아니다.

26대 대통령 테오도어 루스벨트(1901~1909)가 기르던 ‘피트’라는 애완견은 백악관 만찬에서 프랑스 대사의 바지를 물어뜯는 결례를 범했다. 피트는 투견으로 자주 이용되는 핏불테리어종이었다.

얼마 전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개 ‘바니’가 자신을 인터뷰하려는 로이터 기자의 손가락을 물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평소 순했던 바니의 이 같은 ‘도발’은 형편없는 치적으로 역대 최악의 지지율에 내몰린 부시 대통령의 쓸쓸한 처지와 맞물려 어쩐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편 ‘퍼스트 펫(Frist Pet·대통령의 애완동물)’이라는 영예를 누린 다른 동물들도 있었다.

토머스 제퍼슨은 메리웨더 루이스, 윌리엄 클라크라고 불리는 두 마리 불곰을 백악관 서쪽 정원에 풀어놓고 길러 ‘대통령의 곰 가든’이라는 명칭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6대 대통령인 존 퀸시 애덤스는 애완용 악어를 백악관에서 가장 큰 방인 ‘이스트룸’에 놓고 키워, 방문객들을 놀라게 하곤 했다.

23대 대통령 벤저민 해리슨(1889~1893)은 자신의 손주들에게 ‘히즈 위스커스’라는 이름의 애완 염소를 선물했는데, 어느 날 위스커가 백악관을 빠져나가자 직접 쫓아가 잡아올 정도로 강한 애정을 보였다.

특히 개 말고도 고양이, 조랑말, 양, 앵무새, 쥐, 뱀, 오소리, 돼지, 수탉 등 가장 많은 애완동물을 데리고 백악관에 입성해 ‘동물원’을 방불케 했던 테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 그의 큰 아들 테디가 몸이 아픈 동생 알키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 ‘앨공퀸(Algonquin)’이라는 애완 조랑말을 엘리베이터에 태워 보여준 일화는 유명하다.

정진하 기자 nssnater@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108호(11월24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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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erry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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