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1촌’ 세상을 바꾼다>“‘돈 물어다 주는 풍산개’ 우리 마을 보배죠”

“‘풍산개’ 하면 당연히 우리 마을이죠. 세계에서 풍산개가 가장 많은 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지난 21일 오후 경기 안성시 삼죽면 덕산리 풍산개마을에서 만난 이 마을 대표 이기운(54)씨는 마을 이야기를 꺼내기가 무섭게 ‘풍산개’를 화두에 올렸다. 풍산개마을은 개썰매 등 풍산개를 소재로 한 다양한 농촌관광 상품을 만들어 도시민들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풍산개는 그야말로 이 마을의 ‘명품’이다.
1994년 5마리에서 시작한 이 마을의 풍산개는 어느덧 15년의 세월이 흘러 무려 800여 마리로 늘어났다. 풍산개는 전국적으로는 수천 마리가 있지만, 덕산리처럼 한 마을에서 이렇게 많은 풍산개를 키우는 경우는 없어 자연스럽게 마을이름도 풍산개마을로 자리잡게 됐다. 풍산개는 함경남도 풍산군 풍산면과 안수면 일원(현재 양강도 김형권군)에서 길러지던 북한 지방 고유의 사냥개로 북한의 천연기념물 368호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이 대표의 집을 찾아가니 수백 마리의 개가 한꺼번에 짖는 소리에 귀를 막아야 할 정도였다. 앞마당에는 작은 우리 안에 태어난 지 2개월 정도 된 어린 풍산개 8마리가 꼬물꼬물 기어다니며 햇볕을 쬐고 있었다. 이날은 마침 이 마을과 1사1촌 결연을 한 한국전력 안성지점에서 지난 16일 새로 발령받은 송훈영 지점장이 마을을 처음 방문한 날이었다. 송 지점장에게도 마을의 명품을 소개해줄 겸 이 대표가 풍산이와 풍국이 두 마리 개를 끌고 나왔다. ‘개썰매’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놈들이 우리 집 대표선수예요. 제일 잘 생기고 힘도 좋은 애들을 골라 어릴 때부터 썰매를 끌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켰지요.” 이 대표가 힘 좋은 두 마리 개를 끌고 나오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찌나 힘이 좋은지 몸길이 70㎝ 정도의 두 마리 개가 앞으로 내달리자 15년 이상 개를 키워온 이 대표도 질질 끌려갔다. 그러나 자전거 두 개를 개조해 만든 전용 개썰매에 두 마리를 묶자 어느새 얌전해졌다.
이 대표 집 앞에 펼쳐져 있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에서 이 대표와 송 지점장이 함께 썰매에 자리를 잡았다. “이럇” 소리와 함께 풍산이와 풍국이가 내달리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저 멀리까지 나가버렸다. 이 대표는 “두 마리가 함께 썰매를 끌면 속도가 무려 시속 30㎞까지 나오고, 4마리가 함께 끌면 최대 시속 40㎞까지 나온다”고 설명했다.
풍산개가 마을의 명품으로 자리잡은 데에는 이 대표의 공이 컸다. 이 대표는 “2003년 정부가 농촌관광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풍산개를 관광상품으로 만들 생각을 하게 됐다”며 “특히 힘이 좋은 풍산개의 장점을 살려 개썰매를 만들어보자는 계획을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지난 2006년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으로 선정됐다. 이후 농식품부는 안성시 삼죽면 덕산리・내강리・내장리 등 3개 마을을 사업권역으로 선정, 3억여원을 들여 ‘안성맞춤 풍산개마을’ 풍산개 테마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 마을 7만6000㎡(2만3000평) 부지에 들어서게 된 풍산개 테마공원에는 이미 개썰매 트랙이 들어서 있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생태체험과 놀이학습이 가능한 도농교류센터, 애견과 함께 숙박이 가능한 숙박시설, 애견과 함께 하는 산책로, 생태연못 등이 올해 중 완공될 예정이다. 이 마을 명품인 풍산개를 활용해 도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인프라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미 성공의 싹은 보이고 있다. 지난 2007년 12월에는 안성시와 삼죽권역 농촌마을 운영위원회 주최로 ‘안성시장배 풍산개 테마파크 슬래드독(Sled dog) 페스티벌’이 열려 전국 개썰매 동호인들이 이 마을을 찾았다. 지난해 2월 대한독스포츠연맹 주최로 북한 금강산에서 처음 열린 개썰매대회에서는 이날 개썰매 시연을 한 풍산・풍국이 두 마리가 초청을 받기도 해 마을의 위상을 드높이기도 했다. 이런 유명세 덕에 미국시애틀에서도 풍산개를 분양해 가면서 해외 수출의 성공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이 마을이 지난해 10월 개최한 ‘제1회 풍산개 축제’에는 축제 기간에만 3000여명의 관광객이 찾아왔고, 연간으로는 총 6000여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이를 통해 농촌관광만으로 연간 7000만원 가까이 벌었다. 전년에 비해 두 배 정도 늘어난 수준이다. 풍산개 축제에 직접 참석했다는 김형식 한전 안성지점 과장은 “아이들이 개썰매도 타보고 강아지도 한 번씩 만져보면서 너무 좋아해 올해 풍산개 축제에도 꼭 참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성 = 음성원기자 es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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