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매거진 esc] 김도훈의 싱글라이프
고양이를 키워보지 않겠니. 작년 이맘때 친구가 ‘노르웨이 포레스트 캣’이라는 우아한 고양이의 사진을 내밀었다. 누군가의 고양이가 새끼를 왕창 까서 분양 중이라고 했다. 환장하는 줄 알았다. 많고 많은 고양이를 봐 왔지만 그렇게 ‘노르웨이 포레스트 캣’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고양이는 본 적이 없었다. 긴 털에 폭 싸인 모양새가 어찌나 노르웨이의 숲스러운지 사뿐사뿐 걸어다닐 때마다 비틀스의 <노르웨지언 우드>가 흘러나오고 낮잠을 자면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한 대목을 읊조릴 것만 같았다.
머릿속으로 한참을 계산했다. 독신남의 진정한 완성은 결혼이지만 패셔너블한 독신남의 진정한 완성은 발치에 누워 있는 고양이라잖아. 나도 이제 패션지에 나오는 독신 뮤지션이나 소설가들처럼 패셔너블한 고양이를 끼고 싱글 라이프를 즐겨 보는 거야.
겨우 이틀 뒤 나는 친구의 제의를 거절했다. 무서웠다. 고양이가 들어선 내 인생의 각이 서지 않았다. 걸핏하면 끼니를 거르는 내가 아침마다 일어나서 조식을 챙겨주고 저녁마다 귀가해 석식을 챙겨주는 하인 짓거리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네이버 지식인은 경고로 가득했다. 고양이는 화장실을 제때 청소해 주지 않으면 고약한 냄새가 나는 오줌을 아무 데나 흩뿌려 놓는단다. 온 집안이 털로 가득차 결국에는 털뭉치를 청소하며 매일매일을 보내야 한단다. 나처럼 만성 축농증에 시달리는 인간에게는 무리다. 게다가 고양이는 발톱을 가느라 벽지나 가구를 벅벅 긁어놓기도 한단다. 새주인이 도배값 물어내라 독을 품고 악을 쓰면 그땐 대체 어쩔 것이냐.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주 고향집에 내려간 나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포기했다. 부모님이 11년을 키우던 요크셔테리어(사진)가 죽었다. 어릴 때부터 병치레를 자주 했던 개는 올해부터 폐가 좋지 않아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숨소리가 너무나도 약하고 거칠어서 그걸 듣는 것만으로도 다리에 힘이 풀렸다. 하지만 생명은 질기다고 믿었다. 그 상태로도 영원히 살아줄 것 같았다. 오만이었다. 개는 죽었다. 개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얼굴을 한번씩 물끄러미 쳐다본 후 숨을 멈췄다. 부모님은 죽은 개를 곱게 염하고 화장한 뒤 바다에 뿌렸다.
휴가에서 돌아와서야 개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개를 산책시키던 아파트 뒤뜰로 달려나가 꺼이꺼이 울었다. 그리고 국민학교 때 깨우쳤어야 할 교훈을 서른넷이나 처먹어서야 뒤늦게 깨달았다. 애완동물을 키운다는 것에는 정말로 그만한 책임이 필요하다는 걸. 무책임한 독신남의 싱글 라이프를 완성하는 데는 고양이가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면 족했던 것이다.
김도훈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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