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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드림

[동물원 이야기]고독한 사냥꾼, 개

기사입력 2008-09-03 08:07 기사원문보기


오늘 아침 자전거 출근길에 우연히 본 두 가지 풍경에 대한 이야기이다.

동네 내리막길 끄트머리에 수석집이 하나 있는데, 그 집 아저씨가 열심히 강아지를 쓰다듬고 계셨다. 직업의식이었는지 호기심인지 무의식적으로 멈춰 서서 개를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그런데 그 개는 말로만 듣던 `오드아이(odd eye)’ 즉 양쪽 눈 색깔이 서로 다른 개였다. 어떻게 이런 눈이 될 수 있냐고 물으니, 시베리안허스키와 다른 종의 개를 교잡하면 이런 눈이 나온다고 했다. 보통 상식적으로 모든 개체는 하나의 세포에서 시작되고 기관을 만드는 유전자는 한 가지로 알고 있었는데 오드아이가 생긴다는 것은 양쪽 눈동자를 만드는 유전자가 각기 다르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래서 눈이 만냥 일까? 궁금하긴 했지만 바빠서 자세히 이야기는 못 나누고 돌아섰다. 그러다 주유소 옆을 지나는데 평소 못 보던 개 한 마리가 구석에 묶여있고 주유소 직원인 듯한 이가 열심히 개하고 장난치며 놀고 있었다.

갑자기 눈에 띈 이 두 가지 사례를 꺼내 든 것은 인간의 고독과 그 치유 상대로서 개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함이다.

인간은 너무나 많은 생각을 가진 동물이기에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의 존재를 강하게 드러내고 싶어 한다. 그러다 고립되고 버림받고 혼자라고 생각이 들면 기죽고 좌절하고 상처받기 쉬운 정신적으로 연약한 동물이 또한 인간이다. 물론 동물들도 이 점에 있어 전적으로 다르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원래 고독함에 익숙하게 태어나 홀로 사는 표범 같은 동물들은 그 내성이 인간보다 훨씬 강하고, 무리 동물들은 혼자되었을 때 고독보단 생존에 대해 집착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

인간의 직업들을 보면 무척 고독하게 보이는 직업들이 꽤 있다. 특히 혼자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경우가 그렇다. 잘은 모르지만 수석 집은 하루 중 겨우 열사람 안팎의 사람이 들락거릴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개라도 한 마리 키우며 그와 하루 종일 눈 마주치며 지내는 시간이 많을 것이다. 자연 정이 들 수밖에 없다.

주유소 역시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지만, 직원과 손님이 유리되어 있어 전형적인 군중 속에 고독을 느끼는 공간이다. 그래서 그런 지는 몰라도 내가 아는 주유소들은 대개 한 두 마리씩 마당에 개를 키우고 있었다.

나 역시 성격이 내성적이라 그런지 변함없고 말없는 개에게 많은 정을 쏟는 타입이고, 내가 개를 집에 들여놓으면 제일 먼저 반기시는 건 나보다 훨씬 더 과묵하신 우리 아버지시다. 자식들에게 냉정하시면서 개에겐 무척 다정하신 아버지의 모습에 어렸을 적에는 섭섭함도 느꼈었다. 도축장이나 동물 실험실 뒷마당에도 예외 없이 꼭 한 두 마리 개가 묶여 있는걸 보곤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동물들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업보를 개를 통해 치유하려 하는 것 같이 보였다.

인간과 개의 관계는 역사도 깊고 집지킴이나 사냥용 등의 이해관계를 넘어선 아마도 정(情)의 단계에 있는 것 같다. 이제는 거의 한 식구로 받아들이는 가정도 많아졌다.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는 걸 잘 이해 못하시는 우리 아버지 같은 분들도 막상 강아지 한 마리를 데려오면 누구보다 먼저 애지중지 하시리라는 걸 잘 안다. <우치동물원 수의사>
Posted by merry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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