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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견 주제 유쾌하고 발칙한 시조의 변신
서태수 시조시인, 시조집 '사는게 시들한 날은…' 펴내


서태수(사진) 시조시인의 낙동강 연작 제 3시집 '사는게 시들한 날은 강으로 나가보자'(세종출판사)는 거침없다. 파계한 승려처럼 파격적이다. 엄숙한 시조의 품위는 일단 뒷전으로 밀쳐놓았다. 세상을 향해 속시원하게 내지르는 고함이 통쾌하다.

지난해 낸 낙동강 연작 제 2시집에서 통상적인 시조의 종장 4음보보다 87배나 긴 350음보까지 써가며 형식 파괴를 꾀했다면, 이번엔 시조의 틀을 고스란히 가져오되 내용이 익히 봐왔던 시조와는 많이 달라 당혹스럽다. 집에서 기르는 개 이야기로 시조집 한 권을 가득 채운 거다.

시조집을 읽다 보면 탈놀음판의 말뚝이가 떠오른다. 허약한 양반에 대한 신랄한 풍자로 좌중의 폭소를 자아내는 말뚝이처럼 시인은 개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엉뚱하게 흘러가고 있는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완벽한 보장이라/ 강아지 새끼마저 병원에서 낳는 시대/ 네놈들 수술비용이 사람보다 비싸다며?// 학교는 애견센터/ 상점은 도그마켓/ 개들이 사람 데리고 산책하는 강둑길!'('애완견 사설 5')은 개가 개답지 못한 상황을 드러내면서 실은 개보다 못한 사람살이에 대한 모순된 현실을 꼬집고 있다.

40편의 연작 시조에는 집 나간 개를 찾아 헤매는 시인의 막막한 심경과 개를 목욕시키면서 아버지나 아들에겐 제대로 그리하지 못했던 자책감들도 담겨 있다. 그러면서 늙어 쓸모없는 개와 시인은 서로의 생채기가 다르지 않음을 확인한다.

'청정한 우리 인생/ 유수 같은 세월 흘러/ 손발도 어눌하고 눈도 귀도 흐려질 날/ 머잖은 우리 모습을 너를 통해 미리 본다'('애완견 사설 36'). 시인에게 개는 세상의 거울이고 자신의 거울이다. 이상헌 기자 ttong@busanilbo.com
/ 입력시간: 2008. 12.18. 08:31

http://www.busanilbo.com/news2000/html/2008/1218/060020081218.1022083136.html


Posted by merry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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