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 천국' 美선 개도 정치하네
기사입력 2008-09-0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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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전미애견협회(American Kennel Club)가 민주당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애완견으로 곱슬머리 푸들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밝혔다.
4만2000명 이상이 참가한 인터넷(www.presidentialpup.com) 설문조사에서 선정된 푸들은 아일랜드 견종인 ‘소프트 코우티드 휘튼테리어’를 물리치고 영광(?)을 안았다. 그 밖의 경쟁 상대로는 미니어처 슈나우저와 비콘프리스, 차이니스 크레스티드 등이 있었다.
이번 설문 조사는 오바마가 두 딸 말리아와 사샤에게 대선이 끝나면 강아지를 사 주겠다고 약속한 소식이 전해진 후 실시됐다. 선발 과정은 단순히 인기투표로 진행된 게 아니라 오바마 가족의 기본 정보가 참작이 됐다. 가령 오바마의 두 딸 중 한 명에게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은 자극성이 덜한 견종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따도록 도왔다.
푸들은 미국에서 인기 8위의 애완견으로 특히 ‘패밀리 독’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견종이다. 털을 자주 손질해야 하고 깨끗이 관리해야 하므로 알레르기를 갖고 있는 오바마의 딸에게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오바마 후보 가족에 푸들 어울려
AKC의 리사 피터슨 대변인은 “적어도 백악관에 입성할 수준의 개라면 순수혈통을 갖고 있어야 한다”면서 “만일 오바마 후보가 관심이 있다면 푸들내셔널 브리드클럽의 웹사이트 ‘푸들클럽’(www.poodleclubofamerica.org)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라고 추천해 관심을 끌었다.
오바마 가족은 아직까지 한 번도 애완견을 키운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는 애완견이 네 마리나 된다. 매케인 후보는 그 밖에도 20마리의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다. 미니동물원을 방불케 할 정도의 동물들을 기르는 정도라면 대단한 애완동물 애호가가 아닐 수 없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애완동물을 사랑하는 이들은 무조건 매케인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실제로 설문조사 결과 애완동물을 소유한 유권자들 사이에 42%대37%로 매케인 후보 지지가 더 높았다.
백악관의 애완견은 주인만큼이나 유명세를 치른다. 대통령의 부인이 ‘퍼스트 레이디’로 불리듯 애완견 또한 ‘퍼스트 독’으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애완견 ‘바니’는 어쩌면 대통령보다 더 인기가 좋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시를 비난하는 이들도 ‘스코틀랜드 테리어종’인 바니를 볼 때만큼은 흐뭇한 미소를 짓기 마련이다.
사실 푸들은 부시 대통령에게 더 어울린다는 농담도 있다. ‘부시의 푸들’로 비아냥 받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빗댄 것이다. 푸들이 사람에게 귀여움을 받는 대표적인 애완견이라는 이미지 때문이다.
개를 보통 ‘반려동물(伴侶動物)’이라 부른다. 개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인간의 벗으로 같이 하는 동반자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애견가들이 개에게 기울이는 사랑은 상상을 불허한다.
미국에는 주택가 근처에서 ‘세미트리(Cemetry)’로 불리는 공동묘지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처음에는 기분이 이상하고 별로 느낌이 좋지 않지만 미국 생활에 익숙해지면 사람과 망자(亡者)의 공존이 자연스러워 보이고 한편으로 부럽다는 생각도 든다. 공동묘지 인근 주택이 가격이 되레 비싼 경우도 있다. 조용한 이웃(?)을 더 선호하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애완동물을 워낙 끔찍하게 여기는 미국인들이니 애완동물 묘지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기자가 사는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에도 애완동물 전용묘지가 있다. 이곳을 처음 봤을 때는 일반 공동묘지인줄 알았다. 얼핏 봐서는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보통의 묘지보다 규모가 너무 작지만 개의 사진까지 붙어 있었고 이 애완동물묘지는 1896년 조성된 곳으로 역사가 100년도 넘은 곳이었다.
◇ 개의 수명에 대한 새로운 사실 밝혀져
묘석에는 이름과 살았던 기간과 함께 애완동물의 명복을 비는 그리움의 문구가 새겨져 있다. 애완견이 살았던 생애는 개의 수명이 그러하듯 10년 안팎이 대부분이다. 사실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사람에 비해 개의 수명이 턱없이 짧아 언젠가는 안타까운 이별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통 개의 수명은 사람의 7분의 1에 해당된다는 게 일반적이다. 즉 개의 한 살은 사람의 7살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오바마의 애완견이 화제가 된 것과 때 맞춰 개의 수명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짧을 뿐더러 견종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이 제기돼 미국의 애견가들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최근호는 “개의 한 살을 사람의 나이로 환산하면 오래 사는 것은 10살부터 적게 사는 것은 26살에 해당한다”면서 견종에 따라 수명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개의 덩치가 클수록 수명이 짧다는 것이다.
가령 미니어처 푸들은 사람의 한 살이 10.9살이고 슈나우저는 14.6살, 아이리시 세터는 16.9살, 비글과 골든 리트리버는 20살, 도버만핀셔는 22.4살, 그레이트 데인은 26.8살이라는 것이다. 8살짜리 미니어처 푸들을 사람으로 치면 90살 노인이고 그레이트 데인은 생후 4년이 지나면 100살도 넘는다는 얘기다.
덩치가 크지 않으면서도 수명이 짧은 비글의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왜 개는 덩치가 클수록 수명이 짧은지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다. 다만 덩치가 큰 견종은 생후 몇 년간 굉장히 성장이 빠르다는 것만 확인된 사실이다.
‘개의 한 살이 사람의 7살’이라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진 이유는 애견산업을 위한 마케팅적 음모가 숨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캔사스 주립대학의 수의학과 윌리엄 포트니 교수는 “개의 수명을 7대1의 비율로 획일화한 것은 사람의 나이로 환산하기 쉽고 따라서 일 년에 한 번은 개의 건강을 체크하도록 유도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물론 보기 드물게 특별한 장수의 복을 타고나는 개들도 있다. 검증 절차를 받은 건 아니지만 영국 체스터필드의 한 잡종견은 29살이나 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사람으로 치면 무려 203살이나 된 셈이다.
◇ ‘개의 1살은 사람의 7살’ 마케팅 전략
반세기 전만 해도 개와 인간의 나이는 5대1로 여겨졌다. 그러나 개의 수명에 관한 연구가 이뤄지면서 개가 태어나 한 살이 될 때까지 사람에 비해 20배나 성장이 빠르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개의 수명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현대수의학의 발전과 개 전용치료제, 개 보험 등에 힘입어 개의 생명도 연장되고 있는 것이다.
개에 관한 칼럼을 즐겨 쓰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칼 바이얼릭 기자는 “동반자가 좀 더 오래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는 애견가들에게 개의 수명이 몇 살밖에 안 된다고 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라고 말했다.
노창현 특파원 rob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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