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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본의 개 이야기] “우리 집 개는 자기가 사람인 줄 알아요”

기사입력 2008-09-09 10:01 기사원문보기


‘사회화’ 안 된 생후 3개월 전에 대부분 분양된 탓… 사람들 생활패턴에만 익숙

사람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우리 집 개는 자기가 사람인 줄 알아요’라는 반 우스갯소리의 푸념을 들을 때가 꽤 있다. 그리고 정말 ‘우리 개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개 같지 않은 개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신의 잠자리는 푹신한 침대 속이어야 한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개, 주인의 팔베개를 좋아하는 개, 다른 개들을 무서워하고 꺼리는 개, 개 전용 장난감을 쳐다보지도 않는 개 등 예를 들려면 끝이 없다. 이러한 개들의 행동은 확실히 자신이 개가 아닌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리 사람처럼 행동하는 개라도 그 모습은 개다. 개를 거울 앞에 세우면 대부분의 개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거나 ‘멍멍’하고 짖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놀라는 것은 아니다. 개는 우선 거울 속의 개가 또 다른 개라고 생각한다. 거울 속에 주인과 자신이 함께 비쳐도 마찬가지로 생각한다. 물론 거울 속 주인의 모습은 기억하지만 그 옆의 개가 자신이라고 연상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저 어딘지 낯익은 모습이라고 여길 뿐이다.

이솝우화에도 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다른 개가 있다고 생각해 짖어대다 입에 물고 있던 뼈다귀를 놓친다는 얘기가 있지만 이것은 실제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며 오히려 자연스런 개의 행태다. 개는 뛰어난 후각의 소유자이며 최우선 판단기준이 후각이기 때문에 사람처럼 시각에 의존하지 않고 후각을 통해 현실을 인식한다. 모습이 보인다고 그곳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인식 방법일 뿐이다. 개는 냄새를 맡고 사물이 그곳에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 그래서 냄새가 나지 않는 거울 속의 개는 실제의 개에게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한다. 그래서 ‘다른 개인가?’하고 당황했다가 곧 흥미를 잃는다. 이런 행태는 거울 속의 주인에게도 마찬가지이며 자신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 영상을 보여주어도 마찬가지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개에게 객관적 관점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자신과 떨어져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이 없다. 개에게는 자신이 개이든 사람이든 그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아도 개는 개라는 것을 본능으로 감지하고 있다. 가끔 사람에게 마운팅을 하는 개도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놀이의 행태일 뿐이지 사람을 성행위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절대 아니다.

개는 원래 ‘무리’를 이루고 생활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그리고 이 무리 안에는 그들만의 다양한 행동패턴이 있다. 개는 생후 3개월 동안 어미 개와 형제자매들과 생활하며 인사법, 무리 내의 서열 정하기, 동료와의 놀이, 싸움을 끝내는 방법 등 다양한 생활패턴을 익힌다. 이 시기를 개의 사회화기라고 한다. 하지만 주로 생후 50일에서 60일 사이에 분양되는 어린 강아지들은 이런 개의 생활패턴을 익힐 기회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개의 사회화기를 거치지 않고 사람들과 합류한 강아지들은 사람과의 생활패턴만을 익히게 된다. 사람은 사귈 줄 알아도 개들과의 교제법은 모르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실내에서 주로 생활하는 개에게 특히 많이 나타난다. 보통 개들의 삶이 이런 식이기 때문에 개답지 못한 개들의 행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가능한 한 생후 3개월의 사회화기를 지난 강아지를 분양 받는 게 개다운 개를 기를 수 있는 방법이다.

/ 윤   희   본 | 아시아 애견연맹(KCUA) 국제심사위원. 성균관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대통령 정무기획비서실 국장 역임.
Posted by merry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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