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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본의 개 이야기] 썩은 고기, 토사물, 겨드랑이 냄새… OK 하지만 향수는 NO!

개와 생활하다 보면 사람과 개는 확실히 냄새에 대한 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산책 도중 다른 개의 배설물이나 술 취한 사람의 토사물을 발견하면 개들은 열심히 그 냄새를 맡는다. 쓰레기통의 썩은 음식물 냄새에도 싫은 기색이 전혀 없다. 사람이라면 인상을 찡그리고 돌아설 그런 냄새에도 개들은 태연하다.오히려 좋아하면서 적극적으로 달려든다. 이런 현상들은 오래전 야생 늑대 시절의 식생활에 기인하는 것이라 추정된다.


개는 신선한 고기는 물론 썩은 고기도 아무렇지 않게 먹어치운다. 썩은 고기를 먹는 동물로는 하이에나가 잘 알려져 있다. 개도 그에 못지않게 다른 동물이 먹다 남긴 고기를 먹는 습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썩은 고기는 신선한 고기에 비해 냄새가 강해 금방 발견할 수 있다. 개에게 썩은 고기 냄새는 포식의 기회를 의미했다고 할 수 있다. 부패한 고기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부패균의 번식 때문이다. 개는 위에서 산이 매우 강한 소화액이 분비돼 그 부패균을 죽일 수 있다. 따라서 부패균이 다소 포함된 고기라 하더라도 개는 설사나 식중독의 위험 없이 먹을 수 있는 것이다.

토사물의 냄새를 싫어하지 않는 것도 야생시절의 습성에 기인한다. 사람에게는 매우 꺼려지는 일이지만 개들에게는 금방 자기가 토한 것을 다시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개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냥한 먹이를 자신이 먹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위에 저장한다. 그리고 집으로 와서 자신이 먹은 것을 토해서 강아지들에게 먹인다. 소화액이 섞인 시큼한 냄새가 나는 고기는 강아지들에게는 맛있는 냄새인 것이다.

후각이 뛰어난 개는 냄새를 이용해 다른 개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전신주 같은 곳에 오줌을 싸는 것이다. 이런 행위를 함으로써 자신의 영역을 주장하기 위함이다. 또 발정난 암컷의 오줌에 포함된 페로몬이 수컷을 유인하는 냄새를 풍긴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냄새를 통한 정보전달을 케미컬 커뮤니케이션(Chemical communication)이라 한다.

개는 냄새로 음식물의 존재를 인지하는 것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냄새도 정확하게 기억한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얼굴을 시각적으로 기억하는 것처럼 개는 냄새로 상대가 누구인지 구별하는 것이다. 따라서 체취가 중요한 정보원이 된다. 사람의 겨드랑이 냄새는 개들에게 그리 싫은 냄새가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을 식별하는 중요한 정보다. 반면에 사람들은 체취를 싫어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다면 개는 향수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향수는 자연에 없는 인공적인 향일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개는 향수 냄새를 곤혹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개에게 향수를 뿌리는 행위는 개들 사이에서 자기 개를 ‘왕따’시키는 지름길이다. 향수 냄새가 진동하는 개는 개들 사이에서 이미 개가 아니다.

개는 향수 냄새보다 썩은 고기, 토사물, 사람의 겨드랑이 냄새를 더 좋아하고 이런 냄새를 통해 사물을 인식한다. 개의 냄새의 세계는 사람의 선호도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냄새는 정보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자신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냄새라면 어떤 냄새라도 좋아하는 것이다.
 

 / 윤   희   본 | 아시아 애견연맹(KCUA) 국제심사위원.
   성균관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대통령 정무기획비서실 국장 역임.

http://weekly.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1/25/2008112500740.html

Posted by merry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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