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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화영씨가 직접 출판한 책빵집의 '치자와 단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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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들은 스크랩을 금합니다. 양해바랍니다. 그리고 참고로 전시 오픈 시간은 12시 부터입니다. www.merryhappy.net
밑의 글은 네오룩의 전시 소개글입니다.

치자와 단도

박화영 개인展

2007_1117 ▶ 2007_1202



박화영_치자와 단도 (치자와 식빵)_디지털 프린트_2007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이미지 속닥속닥 Vol.030927a | 박화영 영상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7_1117_토요일_03:00pm

작가와의 대화_2007_1121_수요일_03:00pm

후원_한국문화예술위원회





몽인아트스페이스
서울 중구 신당동 432-1692번지
Tel. 02_736_1448
www.mongin.org






“어느날 예고 없이 치자는 나의 집에 와서, 자초지종 설명도 없이 마루에 하나밖에 없는 의자에 몸을 싣는다. 천천히 고개를 오른쪽으로 살며시 기울여 눈을 감으며 귓구멍에서 흘러 나오는 피곤을 펼친 손 위로 한참을 따라낸다. 그날부터 마치 자연스러운 일인 것처럼 거리낌없이 나의 집에서 산다. 치자를 치자라 부르게 된 것은 무더운 여름 어느날 그녀가 새하얀 치자꽃이 핀 화분을 품에 들고 좁고 습한 나의 방에 향긋함을 안고 들어온 각인된 기억 때문이다. 사실 나는 그녀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처음에는 대화가 도통 되지 않아 알 수 없었고, 시간이 지나서는 벙어리 여자와 나름대로 학습된 언어를 배제한 소통을 하노라고 믿고, 또 굳이 소리 내어 그녀의 이름을 부를 일도 없기에 묻지도 않았다. 몇 년 전부터 나의 집에 들어와 사는 이름없는 개를 마음 속으로 ‘단도’라고 부르듯이 그렇게 그녀를 속으로 ‘치자’라 부른다.” (중략) ● “나의 영혼이 1년 전쯤 어느날 돌연 집을 나가버린 이야기를 치자에게 이야기한다. 그녀가 내가 하는 말을 다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연신 두 눈은 나를 관통하듯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한참을 그렇게 부풀어오른 눈으로 주시하다가 눈을 두 번 깜빡이고는 주섬주섬 가방에서 지갑을 꺼낸다. 그 속 깊은 주머니에서 겹겹이 접은 작은 하얀 종이를 꺼내고선 떨리는 손가락으로 한 겹 한 겹 펼치고 나니 사람형상이 드러난다. 막 가위로 싹둑 싹둑 거칠게 잘라 만든듯한 모양새다. 심장 부위가 모양대로 구멍 나있고, 나름대로 눈구멍 콧구멍도 뚫려있다. 그것을 조심스럽게 내게 펼쳐 보이고서는 이내 곧 차곡차곡 다시 접어 원래 지갑 위치 속에 고이 집어넣는다. 치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나는 그녀의 얘기를 알아들은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자신의 영혼을 접어서 지갑에 넣고 다니면 도망칠 염려가 없는 거야’라고 내게 가르쳐주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지갑을 잃어버리게 되면 영혼도 함께 분실돼지만 말이다. 이 말을 바꿔서 하면, 영혼을 방치하고 싶으면 살며시 어딘가에 지갑을 버리고 모른 척 가버리면 된다.” (중략) ● “영혼이 바닷가를 걷다가 모래사장 위에 파도에 실려 나온 기이한 불가사리 하나를 발견한다. 일반적으로 불가사리가 별처럼 다섯 갈래로 되어있는 것과 달리 그 생긴 것이 마치 벤쯔 자동차 마크처럼 세 갈래로 뻗어있다. 쪼그리고 앉아 그것을 자세히 관찰하니 요상하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징그럽게도 작은 입 같은 부위로 무슨 미세한 노랫소리 같은 것을 내는데, 귀를 갖다 대고 자세히 들어보니, 멜로디가 제니스 조플린의 ‘메르세데스 벤쯔(Mercedes Benz)’ 를 노래하는 것처럼 들린다. 영혼은 잠든 단도의 꿈 속에 나타나 이 기묘한 불가사리의 노래를 들려준다. 노래 속에 치자에게 전할 메시지를 담고 있는 신호를 단도에게 담아 보내, 치자가 제니스와 만나 블루폰드(Blue Pond)에 함께 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중략) - 박화영의 작가의 책, “치자와 단도”(책빵집) 본문중에서 발췌




박화영_치자와 단도 (제니스, 영혼, 그리고 단도)_디지털 프린트_2007


"치자와 단도", 책과 전시회 ● 박화영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을 받았다. 그가 서울에서 통 안보이길래 아마도 외국에 나가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요즘 어디에 있냐 물었다. 서울 한복판에 쭉 살면서도 잘 안 나다니다 보니, 어쩌다 지인과 마주치면 그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 그 위치에서 남산타워 쪽을 가리키며 저 언저리에 사노라고 한단다. 뭐하면서 사냐고 물으니, 잠시 뜸을 들이다, 개 키운다고 한다. 엉뚱한 대답에 개 농장 하는 거냐고 물으니, 그게 아니라 그냥 개 한 마리 키우며 산다고 한다. 어떨 땐 개가 자신을 키우는 기분이 들 때도 많지만 공식적으로는 자신이 개를 키우는 거란다. 간만에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며 혹시 도록에 넣을 글을 하나 써줄 수 있는 지 내게 묻는다. 의외의 요청이라는 생각이 든 것은, 내가 아는 그는 누구에게 글 청탁을 하는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며, 지금까지 여러 차례의 개인전 자료에 내가 아는 한 한번도 정형화된 비평글이나 서문 등을 실은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 2003년에 '드라이브' 멀티채널 비디오 오디오 설치로 개인전을 연 후, 이번이 4년만의 여덟번째 개인전이다. 그 사이 뜸하게 그룹전이나 상영회에서 간혹 작업을 보이다 미술전시장에서는 거의 안 보이다시피 했다. 2004년 대학로에서 '컬트로보틱스-블라인드 스퀘어(Cultrobotics-Blind Square)' 멀티미디어 공연을 하고, 내가 이번 일 전에,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2005년 동경 Japan Foundation Forum에서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 탄생100주년에 앞서 '베케트 이머넨스(Beckett Immanence)' 행사 중 그가 연출한 멀티미디어 퍼포먼스, 'ㄹㅗㄱㅇㅏㅂㅏㅇㅣ(rok-a-ba-ee)'공연에서 였다. 그는 마치 삶에서 일정 부분을 도려내기라도 한 것처럼, 그때 나를 거기서 만난 사실을 기억 못하는 듯 겸연쩍어 했다. 오히려 그는 나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2002년 쾰른에 전시 하고 떠나는 비행기 안이 아니었냐며, 당시 호텔 근처 작은 바에서 함께 쾰른 지역 맥주인 쾰쉬(Kolsch)를 함께 마신 일이며 그 부드러운 순한 맛도 기억하고 있었다. ● 'ㄹㅗㄱㅇㅏㅂㅏㅇㅣ(rok-a-ba-ee)'는 베케트의 '자장가(Rockaby)' 텍스트에 반응하여, 서울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고립된 존재의 진혼곡이라는 인상을 주는 작품이었다. 영상에서 사람이 마주보는 듯 주고받는 대화 속 분절된 한글의 단위들은 의미를 상실한 기호로 나타나며 사람의 목소리 대신 피아노 음이 공간에 공허하게 울린다. 언어가 해체되어 소통의 개념이 대답 없는 울림으로 치환된다. 비디오 공간 속에서 고립되어 보이는 흔들의자에 앉아 세상을 바라보는 여자와, 자본주의 도시의 삭막한 풍경 속에 발견하는 표정없는 얼굴들이 병치된다. 마주하는 수많은 얼굴들은 기다려봐도 목소리가 없고 도시는 계속 침묵한다. 사각 링 안에서 버선을 머리에 쓴 두 명의 퍼포머가 샴쌍동이처럼 서로 결박한 채, 침묵하는 도시의 풍경 속에서, 자유를 제한 받은 신체로 싸우는 듯 춤추는 듯 상호동작을 만들어 나간다. 영상이며 무대며 사운드며 모두 흑백의 어두운 기운을 풍기고 있어 죽음의 냄새가 물씬 나는 인상을 받았었다. 그의 이전 작업에 숨어있는 장난기 있는 작은 가시 같은 유머의 요소들도 자취를 감춘, 비애와 암울함으로 연출된 작품이다. '컬트로보틱스-블라인드 스퀘어'(2004)에서는 임신한 로또여왕이 다리 사이에서 숫자가 새겨진 오색 로또알을 줄줄이 까고, 펑크족 머리털이 난 바퀴달린 빨간 돼지들이 무선 조종되어 공간을 누비는 등 부조리한 결혼의식과 장례의식의 기묘한 교차 속에도 풍자적 유머가 보였었다. '별일없지?' (2002~3) 2채널 비디오 작품에서는 목이며 사지가 절단된 신체가 걷는 모습이 드라이하게 표현되어, 그로테스크하기 보다 마치 통닭이 걷는 것처럼 해학적 여백이 있었으며, '맛보려 담근 손가락을 배어먹는 딸기잼', '전기충격 주면 귀엽게 웃는 고등어 생선' 등 다소 위험스러운 상황들이 마술적 유머로 입가에 작은 웃음을 주기도 했다. 'ㄹㅗㄱㅇㅏㅂㅏㅇㅣ'가 마지막으로 본 그의 작업이어서 아직도 그 진혼곡 같은 무거운 어두움이 입안에 남아 쓴맛이 나는 것만 같다.




박화영_치자와 단도 (이끼사람들)_디지털 프린트_2007



박화영_치자와 단도_비디오스틸_2007


그로부터 약 2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소리소문 없이 조용히 지내다 개인전을 한다고 하니, 과연 그가 그 동안 어떠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무엇을 우리 앞에 들고 나타날지 몹시 궁금해진다. 이번 작업이 한 소설적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프로젝트라며, 우선 작품들을 보기 전에, 글 초안을 참고 삼아 읽어보라고 이메일을 보내왔다. 단순 내러티브 구조를 설명한 짧은 글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 아직 미완성이라는 초안의 분량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많은 A4용지로 빽빽하게 스무 페이지가 넘었다. 그것을 받고 문학적 소설 쓰는 취미가 있는 지 몰랐다고 하자, 멋쩍어 하며 그냥 소설 같은 내러티브라고 말을 흐린다. 이번 프로젝트는 다채로운 복합매체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체적 내용전개 역시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비선형적 요소들이 서로 교차 충돌하면서 체험 되는 총체적 복합미디어아트 전시이다. 형식적으로 다양한, 복잡해 보일 수도 있는 여러 장르 및 표현방법의 요소들을 총체적 내용으로 엮어주는 구조적 역할을 하는 축으로서 소설적 내러티브를 쓴 것이라고 한다. 그가 문학배경의 사람이 아닌 작자로서 글을 쓸 때 어떤 자기만의 방법론이 혹시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글을 쓸 때 '기린 뿔 모양의 헤어밴드'를 머리에 하고 인공눈물을 건조한 눈에 몇 방울 넣는다고 한다. 그리고는 그 행위가 자신이 좋은 글을 쓰는데 도움을 주노라고 자기체면을 건다고 한다. 아직껏 체면이 효과를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글을 쓸 땐 기린 뿔이 달린 헤어밴드를 착용한다고 한다. ● 그가 쓴 '치자와 단도' 소설과 동명 타이틀인 이번 전시회는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몽인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그는 '몽인아트스페이스' 스튜디오 작가로 있으면서, 한 때 주식회사 애경의 창업자의 생가였던 주택을 개조해 예술공간으로 활용하는 '몽인아트스페이스'와 그 인접 지역을 배경으로 가상의 허구적 내러티브를 만들어 나갔다. 이 사이트를 전시공간으로 활용하여, 소설의 전개에 등장하는 장소성이 실제 눈앞에 펼쳐지는 구체적 사이트(site-specific) 프로젝트이다. 그래서 비현실적 상상의 이야기를 현실의 실제 사이트, 오브제, 사진이미지 등이 증거하면서 현실적 단서들을 연상하게 되고, 또한 그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주변 현실 세계를 보는 눈이 학습되고 주입된 방식 너머의 시선으로 꿰뚫고 뒤집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치자와 단도'는 현실과 비현실 세계가 뫼비우스 띠처럼 이면(異面)이면서 서로 연결되어있는 비틀린 구조로 형성되어있다.




박화영_치자와 단도_비디오스틸_2007



박화영_치자와 단도_비디오스틸_2007


이번 개인전에 포함되는 여러 형식적 요소로는, 내러티브 비디오 상영, 오브제 및 오디오 설치, 사진, 페인팅, 드로잉, 멀티채널 비디오 설치, 그리고 내러티브의 축이 되는 소설을 비롯한 시 등 문학적 요소가 있는 작가의 책 등 다원적 복합미디어가 혼재하는 총체적 작업이다. '치자와 단도' 소설의 세 등장인물 별로 공간을 분할하여 작업을 펼쳐 놓는다. 우선 가장 넓은 공간인 1층 전시실에서는 소설 속 미디어 아티스트로 추정되는 '나'의 시점으로 사진작업, 오브제 및 오디오 설치, 그리고 내러티브 비디오가 전시되고, 2층 공간에는 소설에서 일정기간 머물다 떠나버린 '치자'가 남기고 떠난 페인팅 및 드로잉 작품들이며 두고 간 물건들을 전시하여 '그녀'가 키운 초록 식물들 사이로 '치자'의 시선을 보여주고, 마지막 3층 다락공간에는 소설 속 진돗개 '단도'의 시점으로 구성되는 몽환적 멀티채널 오디오 비디오 설치가 선보인다. 그리고 전시를 주의 깊게 감상한 사람들에게는, 전시공간을 떠나면서 만나게 되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돌 하나, 들고양이 한 마리, 집 하나, 건물 하나, 길목 하나 등 주변의 환경들 구석구석에서 아직 내러티브가 끝난 것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치자와 단도'의 복잡한 구성요소들과 중층적 레이어의 이야기들은 궁극적으로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소설 속에서 나레이터는 "이것은 아무 것도 찾지 않는 이야기이다"를 반복 강조한다. 그리고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주인공 '나'의 상태를 '영혼'과 '육신'으로 나누어 이야기를 시작한다. 등장인물 '나'와 '치자'는 불현듯 동거를 하게 되는데, 여기서 '나'는 여성인지 남성인지 설명하는 단서도 하나도 없을 뿐더러, 둘 사이의 인간적 관계를 암시하는 것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관계에 대한 구차한 설명 없이, 다만 파편적 에피소드들의 축적 속에서 그들이 함께 지내는 것이 우연 만은 아닌 필연적 암시들을 단서로 남긴다. '치자'는 말없는 벙어리 여자로 처음 등장하는데, 박화영 작업에서 말이 나오지 않는 무언의 요소는 빈번하며, 말이 많이 나오는 경우에도, '소리'(1998)에서 처럼 짓지 않는 떠돌이 개가 등장하거나, '별일없지?'(2002,3)에서 말소리를 모두 음절단위로 난자해 음소로 들리게끔 뒤섞어 놓거나, '블라인드 스퀘어' 및 'ㄹㅗㄱㅇㅏㅂㅏㅇㅣ'에서 처럼 음향이 말소리를 치환하는 등, 학습된 언어의 왜곡된 소통의 한계를 주제로 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소리'에서 나레이터가 "나는 너의 언어로 이야기 하지 않으며, 너 또한 나의 언어로 말하지 않는다."를 건조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시작하는 것을 떠올리면 그의 작업 저변에 깔린 공통 주제를 감지할 수 있다. ● 이번 '치자와 단도' 비디오에서도 두서없이 갑자기 스페인어가 등장하고, 해양깃발 신호, 수화, 수화처럼 보이는 손동작, 자연물이 전달하는 무언의 암시적 언어 등 다양한 표현수단이 나와 우리에게 익숙한 언어소통을 전복시킨다. 개 '단도'는 그 이름이 함축하는 날카롭고 재빠르며 명쾌한 이미지와는 상이하게, 소설 속에서는 세상 편하게 널브러져 낮잠이나 자고 산책이나 졸졸 따라다니는 평범한 개로 등장하지만, 쓰레기 장에서 예시적 '루마니아 그림'을 발견했을 때도 '단도'가 '치자'를 거기로 안내하는 것처럼, 실상 더 깊고 넓은 투시안을 갖고 육감적으로 세상을 감지하는 것은 '단도'임을 3층 다락방의 비디오 설치를 보면 알 수 있다. '단도'는 꿈속에서, 인간들이 보지 못하고 연결시키지 못하는 비선형적 해체된 파편들을 체험하는 예지력을 갖고 있으며, 시공간적으로 분리된 개체들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도 수행한다. 이런 '단도'의 숨은 능력은 이번 작업에 전반적으로 자연이 잠재하는 위대하고 신비한 에너지가 각종 동식물의 무언의 목소리로 드러나는 것의 연장으로 보인다. ● '치자' 캐릭터는 일반 사람보다 조금은 이런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등장인물로 나온다. 그래서 나름대로 자연의 동식물과 '대화'하는 방식을 실천한다. 그녀는 목소리를 내뱉지 않은 채 자신의 세계와 호흡한다. 치자의 생각들은 그녀의 삶의 방식과 그녀가 남긴 그림들과 시 등으로 드러난다. ● 소설 속 등장하는 '나'는 의구심과 호기심이 많아 부조리한 세상을 관찰하며 많은 실마리들과 의문들을 허공에 던져 놓는다. 발견한 이상한 단서들을 조각 맞추며 다소 황당한 상상으로 치닫기도 하는데 추리를 귀결시키거나 증명하는 경우는 없다. 이야기의 나레이터 또한 이야기의 귀결된 설명으로 친절하게 마무리해주지 않는다. ● 남겨진 육신인 '나'를 떠난 '영혼'은 이야기 전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으며, 자연 속을 방랑하고 다니다가 발견한 단서들을 '단도'를 통해 암시적 메시지로 보낸다. ● 확연히 제니스 조플린을 빗댄 것으로 보이는 '제니스'는 '치자'와 만나 상상의 빨간 오픈카 벤쯔를 타고, 화려해보이는 세상을 까뒤집은 듯한 풍경 속을 유영하며 탐방한다. '메르세데스 벤쯔'라는 곡은 제니스 조플린이 자본사회 속 소득분배의 불균형 및 소유의 문제를 역설적으로 노래한 해학이 있는 70년대의 풍자곡이다. 그녀는 노래한다, "주님, 나 벤쯔 한대만 사주세요. 내 친구들은 다 포르쉐 타요…" 그들이 당도한 이 디스토피아적 세상을 '블루폰드(Blue Pond)'라 명한 것은 어쩌면 푸른연못 '청담'을 직역한 것으로 서울의 화려한 자본주의의 표피를 드러내는 지역을 풍자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본의 논리로 권력과 재력이, 넓은 바다로 분배되어 널리 펼쳐지지 못하고, 자꾸만 작은 연못으로 고여 드니 물이 쉽사리 썩기 마련이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만난 이 두 여자가 상상의 벤쯔를 타고 달리며 관찰한 시점 속에 자본과 권력의 질서만을 맹신하는 현대사회의 암울한 거품 같은 자화상을 보여준다.




박화영_치자와 단도_비디오스틸_2007


'자연'이 우리에게 한없이 말을 걸어오는 암시적 양태들이 여러 모습으로 드러난다. 바위, 나무, 꽃, 풀, 바람, 이끼, 숲, 바다, 그리고 고래, 코끼리, 참새, 거미, 불가사리, 개 등 자신이 아는 방식대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메시지를 '청력이 있는 귀머거리들' 인간들에게 한없이 속삭인다. 자신의 통나무토막의 목소리를 듣는 '트윈 픽스(Twin Peaks)'의 '로그 레이디'의 깜짝 등장도 이런 측면을 보이기 위함일 것이다. 우주의 질서 및 에너지를 인위적으로 왜곡시키지 않고 영위하던 것들이 인간의 인공적 개입으로 틀어지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들이 위협 받는 것에 대한 징후들이 작업에 드러난다. 실제로는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 미스터리한 '집주인'과, 주인집에 임시적으로 사는 이들을 둘러싼 많은 의문과 의구심은 현대사회와 환경을 사는 위기의식 속에서 불길한 징후들을 예견하는 불안심리를 보여준다. ● 내러티브가 끝나가는 시점에서의 '치자'의 사라짐은 모호한 의문을 남기는데, 그냥 집을 나간 것인지, '제니스'와의 여정 이후 앞으로 제니스와의 '임무'수행을 하러 떠난 것인지, 블루폰드 탐방목격 후 비관하여 서울을 떠났는지, 죽었는지, '치자의 식빵'이 내재한 상징적 에피소드로 '나'의 일부가 되어 '집 나간 영혼'의 자리에 대신 들어간 것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치자는 '나'가 알아보지 못한 '영혼'의 다른 모습이었는지, 어쩌면 두 등장인물은 서로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것인지…… 귀결시키지 않은 채 의문을 품고 이야기를 종결 시킨다. 작가가 비디오에 등장시킨 빨간 바바리 코트를 걸치고 바람 속에 서있는 -'소설' 속에 직접 등장하지 않는- 등장인물은 또 누구일까? 치자가 그린 '이끼그림'시리즈에도 등장하고, '나'의 사진에도 나오는, '하늘 색 가방을 들고 바람 속에서 빨간 바바리를 입은 여자'는 '치자'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영혼'의 모습 또는 '나'의 모습일 수도 있으며, 혹은 그저 관계없는 행인일 수도 있는 모호한 존재로 나온다. 이처럼 마치 다중인격장애를 가진 듯한 복합적 암시설정은 파편화된 인물들과 에피소드들을 이어주는 영매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등장인물들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동일인처럼 느껴지다가도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분리된 개체들로도 파악되다 보니, 심지어는 그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존재마저도 가공으로 고안해 낸 등장인물이 아닐는지 의심이 들 정도이다!! ● 박화영은 이번 총체적 프로젝트에서, 마술적 리얼리즘적 내러티브 속 내재되어 있는, 언어 및 소통체계, 환경 및 자연, 자본과 권력, 분열된 존재, 과학과 문명의 이기, 현대사회의 암울과 불안, 우연과 필연, 허구와 실제 등 복합적 요소들을 혼재시키며 엮어나가고 있다. 수없이 많은 파편들이 서로의 간극 속에서 읽혀지는 다소 복잡한 구조로 볼 수 있지만, 그 많은 정보와 이미지 중에서 마지막까지 가장 머리에 남아 곱씹게 되는 장면은 아이러니칼 하게도 가장 단순해 보이는 치자와 단도가 마루에 하릴 없이 뒹굴며 낮잠이나 자고 있는 '행복한' 이미지이다. ■ Dando Chizawa






Vol.071117b | 박화영 개인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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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erry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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