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모건스턴 지음, 최윤정 옮김, 바람의아이들
135쪽, 8500원, 초등 고학년
총평부터 하자면 매우 교훈적인 이야기다. 제목에 '환경'을 집어넣었을 만큼 주제의식도 선명하다. 프랑스 파리의 한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이 '개똥클럽'을 만들었다. “시민들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 개똥 없는 거리를 만들 목적으로 결성한 클럽이다. 길에서 똥 누는 개를 발견하면 개 주인을 쫓아가 장갑 대신 쓸 비닐봉지 하나, 쓰레기통으로 쓸 비닐봉지 하나를 준 뒤 개똥을 잘 치우는지 끝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개똥 사진을 찍어 포스터를 만들고, 개 전용 화장실을 만들 계획도 세운다. 급기야 시장까지 만나게 된 아이들. 당장 다음날부터 개 주인들에게 개똥을 분리 수거할 수 있는 비닐봉지와 쓰레기통을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시민정신을 일깨우기에 딱 맞는 이야기 골격이다. 너무 건전하고 진지해서 자칫 딱딱하고 유치해지기 십상인 구성이기도 하다. 이를 재치 있는 대사로 맛깔스럽게 풀어낸 작가는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문학과지성사)의 저자 수지 모건스턴이다. 교훈과 생각할 거리를 줄줄이 내놓으면서도 읽는 재미를 놓치지 않는 작가의 솜씨는 신작 『환경을 생각하는 개똥클럽』에서도 돋보인다.
이 책의 매력은 단순한 '공공장소 개똥 근절 캠페인' 이상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 있다. 개똥을 밟은 뒤 '개똥클럽'을 고안해 낸 자크는 개를 혐오하는 아이였다. '개는 시끄럽고, 더러운 걸 쏟아내고, 사회가 잘 돌아가게 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 자크에게 어느 날 할머니가 개를 선물했다. 자크는 기겁을 했다. “차라리 죽여 주세요”란 말이 나올 뻔했다. 개가 자크의 발목을 핥으며 깽깽거릴 땐 토할 것 같았다.
자크는 점차 개 없는 삶을 상상할 수조차 없게 됐다. 자크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개의 꼬리는 바람개비가 된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이만큼 자기를 반겨 준 적은 없었다. 그게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았다. 피아노를 칠 때 개가 옆에 있어 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자크가 개를 좋아하게 되면서 '개똥클럽'의 활동이 흐지부지된 것은 아니다. 삽과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며 개똥 없애기 특공 작전을 펼치는 건 여전했다. 하지만 개와 애견인에 대한 혐오감에서는 자유로워졌다. '개똥클럽'에 맞서 '개들의 자유를 위한 클럽'을 만든 뤼씨의 개가 죽었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가 위로한 사람이 자크였다.
자크의 변화는 절대선이라 믿는 대의명분에 기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배척하고 적대시하는 세태를 꼬집는다. 미운 건 '길거리 개똥'이지, 개나 애견인이 아닌데…. 주적이 모호해진 싸움은 실제 삶에서도 정신 차려 경계해야 할 함정이다.
2005년 환갑을 지낸 작가는 아직도 욕심이 많은 듯하다. 책 마지막 문장에 속편을 노린 여운을 남겼다. 주인공 자크가 시청 문을 나서면서 비둘기똥을 맞은 것이다. 비둘기똥에 또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를 접목시킬지, 기다려진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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