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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완견 애완견 구찌는 잡종이지만 아주 영리하고 신통해서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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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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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에 가려고 하면 항상 애완견 '구찌'가 먼저 떠오른다. 3년된 잡종견인데 이 놈 어찌나 영리하고 겁이 많은지 내가 몇 번이나 갔는데도, 가끔씩 와서 손가락끝의 냄새만 맡고는 유순하게 뒷걸음질해 제 주인에게 돌아간다.
주인이 직장에서 돌아올 시간이면 몇 시간이고 현관에서 기다리고, 무슨 말이든 하면 척척 알아듣는 구찌. 이래서 사람들이 애완견을 키우나 싶을 정도로 신통하다. 그런데 이 집 주인, 개를 안고 어르다 불만이 가득한 말을 토로한다.
"애견세! 의료보험만 해주면 내 당장이라도 내지. 그런데 말이 그렇지 적적해서 강아지 키우는 노인들은 그럼 어떻게 해. 애견세까지 내면서 키울 능력이 안 될 텐데, 아무래도 그렇게 되면 유기견이 늘어날 거 같애."
애견세, 의료보험만 해주면 당장 낸다
| 종부세 없애고 애견세 신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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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지난 16일 '2009년도 경제운용방향'을 제시하면서 종부세 개편에 따른 4조원 가량의 지방 재정 감소분(정부
예비비로 보전된 예산은 1조 9000억원)을 확충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지방세 세목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면서 제기된 것이 바로 애견세다. 애견세 이외에도 간판세를 비롯, 온천수세, 지역축제세, 시멘트 제소세 등이 제시됐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방세법을 개정해 해당 지자체에서 세목을 신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의 이런 방침이 알려지자 누리꾼들 사이에는 "부자들 종부세 없애는 대신 서민들에게 애견세와 간판세를 부과하다니
기막히다"라는 비판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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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애견세라는 말이 나온
지는 한참 되었다. 워낙 무관심한 데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거란 생각에 내가 무심히 흘려 들었던 거지. 개를 키우지
않으니까, 또 이런 세금이 설마? 나는 이런 심정이었다. 하지만 말이 나왔으니 자세히 물어 보았다. 개에게 적잖은 돈이
들어간다는 그 질병과 치료 비용에 대해서.
구찌에게는 피부병이 있단다. 그래서 한 번 병원에 다니기 시작하면 한
달 반을 치료해야 증상이 완화되는데, 완치는 아니어서 증상이 나타나면 다시 치료를 해야 한단다. 비용은 일 주일에 한 번 가는데
보통 이만 오천원. 또 구찌는 단순한 피부병뿐이지만 이런저런 수술까지 받아야 하는 질병에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다고 한다.
가
만히 듣고 있자니 그냥 듣고 넘길 일이 아닌 것 같아서 적극적으로 취재를 해 보기로 했다. 실제로 애견세가 생긴다면 가장
영향력이 큰 곳은 역시 동물병원. 아무래도 동물병원에 가면 애완견을 키우는 분들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고, 애완견의 질병과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 또 애견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폭넓게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이곳에서는 꽤 유명하다는 동물병원에
전화를 하고 찾아갔다.
정치에 무관심한 애견인들, 관심 갖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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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병원 동물병원 내부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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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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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아간 곳은 1층은 애완견 물품숍과 미용실이고, 2층은 병원이었다. 처음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규모도 크고 손님이 많았다. 커다란 개가 있기에 조금 겁나기도 하고 또 신기(주로 작은 강아지들인데 큰 개가 들어와
있어서)하기도 해서 자꾸 쳐다봤더니 개 머리를 꽉 잡고 있던(이 개는 커서 그런지 보호자가 건장한 남자 두 분이었다) 주인이
내게 묻는다.
"무슨 개인지 아시겠어요?"
"글쎄요. 귀를 보니까 진돗개는 아닌 거 같고(진돗개는 귀가 바짝 서 있다)…."
"예, 잘 보시네요. 풍산개예요."
아
아, 그 유명한! 하지만 크기만 컸지 얼굴은 순해 보였다. 주인 말이 풍산개는 동물에게만 사납지 사람에게는 사납게 굴지
않는단다. 그럼 사냥에 데리고 가면 좋겠네요, 했더니 그렇단다. 강아지들 진료가 끝나고 나자 원장님이 나왔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원장님은 내 전화를 받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며 말머리를 꺼낸다.
"
강아지 키우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치에 무관심한 편입니다. 그런데 이 정권이 애견세라는 말을 들먹이면서 공연히 정치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 섞인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은 우리 병원에도 전화가 많이 와요. 애견세가 부과된다는데
동물병원이 나서서 연대를 하든지 해야지 왜 가만히 있느냐구요."
나는 깜짝 놀랐다. 강 건너 불보듯
바라보고만 있었는데 벌써 이렇게 의견이 분분한 걸 보니 '애견세'라는 세목이 단단히 무르익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 병원
원장님은 그럴 마음은 없고, 애견세를 어떻게 매길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사실 애견세를 실제로 부과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예상했다.
"
글쎄요. 등록세로 할 건지, 1년에 한 번씩 내는 걸로 할 건지, 잘 모르지만 애견세를 정당하게 부과하기는 어려운 실정이에요.
개는 몇 개월에 한 번씩 여러 마리를 낳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그걸 일일이 파악할 수가 없거든요. 그러다보면 그 수효 파악을 위한
인력도 무시 못할 거구. 아무튼 말은 쉽게 꺼냈지만 정말 애견세를 부과하게 될지는 더 두고 봐야 압니다."
항간에는 종부세를 메우기 위한, 그러니까 지방세 감세분에 대한 재원보전이라는 말이 많았다.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물었다.
"
이게 참 민감한 문제입니다.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굉장한 파장을 만들어 낼 수 있거든요. 애견세를 거두는 목적이 애견에
대한 복지나 관리 차원이라면 별 문제가 없지만, 만일에 감세분에 대한 재원보충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지지요. 종부세야 우리 국민의
1%에 해당되지만 애견 인구는 그보다 훨씬 많은 숫자니까, 그렇게 되면 정부가 새로운 적을 만드는 결과가 될 겁니다."
"1% 만족을 위해 더 많은 적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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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병원 내가 취재한 동물병원인데, 원장님은 병원 이름 밝히기를 꺼려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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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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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의료보험으로 들어가기 전에 난 우선 애견의 질병에 대해서도 물었다. 애견의 질병과 그에
따른 비용이 얼마나 되냐에 따라 의료보험이 정말 필요한가를 따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랬더니 애견도 사람과 비슷한 질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가장 많은 질병은 역시 피부병.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토피 질환이었다.
그 외에 소화기 계통
질환은 3일치 약을 포함해서 7만~8만원 정도. 교통사고나 교사(동물에게 물린)로 인한 외과처치(수술)는 보통
20만~30만원이라고 한다. 그 다음 손님으로 온 분에게 들었는데 제왕절개는 20만원 이상, 자궁에 병이 생겨 적출수술을
받는데는 30만~40만원 정도 든다고 한다. 예방접종비는 만오천원.
이 병원은 개원한 지 11년 됐는데 그동안 수술비가 50% 올랐다고 한다. 이유는 의료장비와
의료시술의 고급화에 있다는데, 예를 들자면 예전에는 사람과 다른 저가의 장비나 마취로 시술을 한 반면 요즘은 사람의 의료와
비슷한 수준이 돼가면서 불가피하게 인상된 것이라고.
- 그럼 애견 의료보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애견세 부과와 동시 애견의료보험이 시행된다면 동물병원을 운영하는데는 어떤 지장이 있을까요?
"
애견세 못지않게 애견의료보험도 시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일이 파악도 어렵거니와 그것을 시행하려면 또 단체가 생기고
일일이 등록을 해야 하는데 개는 워낙 출산 주기도 짧은 데다 평균수명도 짧아서 쉽지 않은 일이죠. 하지만 의료보험이 시행돼도
우리 병원에 지장을 줄 것 같지는 않아요. 어차피 사람들 병원과 같은 차원으로 가는 거니까요."
- 그럼 만일 실제로 애견세가 부과된다면 어떤 상황이 될 거라 예상되는지요?
"
지금 벌써 어떤 지자체에서는 집집마다 다니면서 애견수를 파악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만일 애견세가 진짜 도입된다면 이
정부는 괜히 예민한 부분을 건드려서 반대급부를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는 겁니다. 1%의 만족을 위해 더 많은 국민을 들끓게
만들고, 그들이 연대하게 충동질해서 국가에 대항하게 만드는 꼴이 되는 거지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사람들이 예전처럼 애견에
쉽게 접근을 못할 거라 생각합니다. 먹이에 병원비에 애견세까지 내야 한다면 우선적으로 부담을 느낄 거고 그러다 보면 예전처럼
쉽게 개를 키울 생각을 할 수 없게 되는 거지요."
그럼 정말 유기견이 늘어날까 긍금해 물었더니,
유기견은 그다지 많이 늘어날 것 같지 않다고 한다. 개를 좋아하는 집이라면 애견세를 물고라도 키울 것이고 그렇지 않은 집은
유기할 수도 있겠지만 처음만 그렇지 정착이 되면서 점처 그 부분은 곧 괜찮아질 거라고 했다.
- 그럼 애견인으로서 국가에 바라는 바가 있나요?
"
우리 같은 일반인이 정치를 몰라도 되는 정부였으면 좋겠습니다. 서민이 정치를 몰라도 된다면 그건 틀림없이 잘 돼가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이렇게 애견세니 뭐니해서 일반인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연대라도 해서 대항하게 만든다면 그건 곧 좋은 정치를 하는
정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과는 뻔하잖아요. 국민은 국민대로 힘들고 정부는 정부대로 힘드니까요. 국민의 말을 참작하려 하지
않고 마음에 안 들면 그저 제껴 놓으려고만 하는 현 상황이 정말 답답할 뿐입니다."
애견세, 누가 왜 고안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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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아지 두 마리였는데, 새끼를 두 마리 낳아서 지금은 네 마리. 애견세를 부과한다면 얘네들도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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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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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과의 이야기는 중간중간 끊겼다가 다시 이어졌다. 애완견들이 계속 와서 치료를 받고
갔기 때문이었다. 밤에 너무 괴로워하면서 운다는 개를 데려와 안락사를 시키기도 하고, 자궁에 이상이 생겨 자궁적출술을 해야
한다는 강아지도 왔고, 또 눈이 아파 온 강아지도 있었다. 생각보다 병원을 찾는 애완견은 많았다. 게다가 요즘은 애완 고양이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애완견이 많은 걸 알기 때문에 애견세라는 세목을 생각해 낸 것인지 나로선 정말 아리송할 뿐이었다.
돌아오는 길, 전원주택에서 식당을 하는 친구 집에 들렀다. 친구집에는 강아지가 두
마리였는데, 두 달전 출산을 해서 지금은 네 마리로 늘었다. 그 중 새끼 한 마리는 분양할 계획이었지만 하루 이틀 키우다 보니
정이 들어 현재 네 마리를 다 키우고 있다. 나를 보고 반갑다며 달려드는 강아지를 보면서 이젠 애완견에 대한 개념도 바뀌어야
하나, 하는 생각에 공연히 마음만 심란해졌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037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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